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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테크니션

수의테크니션이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 사례

by koislawdream 2025. 7. 16.

수의테크니션은 병원에서 진료 보조, 환축 케어, 보호자 응대, 처치 준비 등 수의사의 진료를 원활히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단순한 보조 인력이 아니라, 환축과 사람 사이에서 정서적·실무적 균형을 조절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윤리적 고민과 갈등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수의사가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 보호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거나 치료 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때, 직접적인 결정권은 없지만 책임감은 큰 위치에서 딜레마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윤리적 딜레마란 옳고 그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누군가에게 불이익이 생기거나 도의적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수의테크니션이 직면하는 딜레마는 보호자와 병원 사이, 환축과 생명윤리 사이, 수의사의 지시와 현실적 감정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이 글에서는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윤리적 딜레마 사례 4가지를 정리하고, 이에 대한 대응의 방향성을 고민해 봅니다.

수의테크니션이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 사례

수의테크니션이 마주하는 4가지 윤리적 딜레마

✅ 1. 보호자가 치료를 거부했을 때 환축의 상태가 나빠질 것이 예상되는 경우

수의사는 적극적인 처치를 제안하지만, 보호자가 비용 부담이나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는 상황은 매우 흔하게 발생합니다. 이때 수의테크니션은 명확한 권한은 없지만, 치료가 필요한 환축을 그냥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강한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보호자가 “이건 그냥 지켜볼게요”라며 퇴원을 요청할 경우, 이미 악화된 환축의 상태를 알고 있는 테크니션 입장에서는 심리적 충돌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테크니션은 감정적으로 말하거나 보호자의 판단을 직접 비난하는 방식으로 개입해서는 안 되며, 보호자의 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수의사의 처방 내용을 명확하게 반복 전달해야 합니다. “현재 상태는 입원 치료가 권장되는 수준입니다. 보호자님의 판단이 있으시더라도, 선생님께서 다시 한번 설명드릴 수 있도록 전달해 보겠습니다”와 같은 중립적 표현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 소모가 심하더라도, 의료 판단을 대신하지 않되, 책임은 회피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 2. 수의사의 지시가 명확하지 않거나 의료적 기준에서 의문이 들 때

경력 있는 테크니션의 경우, 반복된 임상 경험을 통해 일정 수준의 의학적 판단력을 갖게 됩니다. 이때 수의사의 지시가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전달되거나, 환축 상태와 맞지 않아 보이는 경우, 테크니션은 그 지시를 그대로 따라야 할지, 아니면 문제를 제기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고령의 환축에게 진정제 용량이 과다하게 처방되었을 때, “이건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도 실무자는 수의사의 권위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침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감정이나 개인 의견을 앞세우기보다는, 객관적인 확인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선생님, 이전에 비슷한 환축에서는 이 용량보다 낮게 처방되었던 것 같아 혹시 다시 확인 부탁드려도 될까요?”처럼 존중의 말투로 의견을 전달하면, 관계의 갈등 없이 안전성 확보가 가능합니다.
윤리적 딜레마를 피하기 위한 핵심은 ‘정면 반박’이 아닌 ‘의문 제기’이며, 이는 환축을 위한 최선의 판단을 돕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 3. 보호자가 말한 내용과 실제 보호자의 행동이 상충되는 경우

보호자가 “우리 아이 밥 잘 먹어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입원 후 관찰 결과 식사량이 거의 없거나, 집에서는 투약을 잘하고 있다고 했지만 약봉투 상태가 그대로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테크니션은 보호자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과, 보호자의 체면을 지켜주고 싶은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이때 보호자를 몰아붙이는 말투나 정답만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갈등만 키우게 됩니다.
“보호자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조금 다른 경과가 보여서요. 식사량이 적어서 선생님께 다시 상태 확인 요청드리겠습니다”처럼 사실 전달에 집중하고 판단을 유보하는 중립적 표현이 필요합니다.
정보의 정확성은 환축의 치료와 직결되므로, 확인이 필요한 정보는 반드시 의료진과 공유되어야 하며, 보호자의 감정에 휘둘려 정보 전달이 왜곡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4. 안락사 결정 시 보호자와 수의사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적 부담

안락사는 동물병원에서 가장 무거운 결정이자 깊은 감정적 윤리 갈등이 동반되는 절차입니다. 특히 수의테크니션은 안락사 전후의 준비, 환축의 상태 점검, 보호자 케어를 모두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의사는 전문적인 판단 하에 안락사를 제안하지만, 보호자는 죄책감과 분노, 후회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출합니다. 테크니션은 그 사이에서 의료적 중립성과 인간적 공감 사이에서 심리적으로 소모되는 상황을 겪게 됩니다.

이럴 때는 안락사 자체에 대한 판단을 피하고, 환축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많이 고민하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아이가 더 고통 없이 편안히 보내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와 같이 보호자의 감정과 수의사의 판단 사이에서 균형 잡힌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자신이 감정적으로 소진된 경우에는 동료와 감정을 나누고 회복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테크니션도 감정의 주체이며, 회복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현장 속 딜레마에 대처하는 3가지 원칙

  1. 의료 판단은 수의사, 전달은 테크니션의 역할로 구분합니다.
    → 판단을 대신하지 않되, 상황 전달은 책임 있게 수행합니다.
  2. 객관적 언어와 중립적 말투를 선택합니다.
    → 감정이 섞인 언어는 오해를 낳고, 중립적 표현은 신뢰를 만듭니다.

감정 소모가 큰 상황 후에는 반드시 감정을 정리합니다.
→ 윤리적 딜레마에 자주 노출되는 테크니션일수록, 감정 회복이 직무 지속력의 핵심입니다.

 

수의테크니션이란 단순히 수의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서, 의료적 상황과 사람의 감정 사이에서 정교하게 균형을 맞추는 존재입니다. 그 과정에서 윤리적 갈등은 피할 수 없고, 때로는 심각한 감정 소진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딜레마 속에서 무엇이 나의 책임이고, 어디까지가 나의 역할인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테크니션의 전문성입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상황을 읽고, 사람을 존중하며, 정보 전달을 왜곡 없이 수행하는 힘.
그것이 윤리적 딜레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수의테크니션을 만드는 기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