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테크니션은 단순히 진료 보조나 수술 준비를 넘어서, 병원 내외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핵심 인력입니다.
보호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수의사의 지시를 정확하게 전달하며, 입원 중인 반려동물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모든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은 직무 수행의 절대적 기반이 됩니다. 특히 보호자와의 대화는 정보 전달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병원 전체에 대한 신뢰 형성과도 직결됩니다. 어떤 말투를 쓰느냐에 따라 같은 설명도 불신이 되거나 설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의테크니션이 갖춰야 할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단순한 친절함을 넘어 구조화된 기술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장 수의테크니션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5가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선정하여 설명하고, 이를 어떻게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1. 요약 전달 스킬
보호자에게 무리한 설명을 하거나 모든 전문 용어를 다 전달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 정보를 선별하여 짧고 간결하게 요약해 말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식욕이 조금 줄었습니다” 대신 “식사는 50% 정도 유지 중입니다”라고 구체적인 수치 중심의 표현을 사용하면 이해도와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또한 “조금, 약간, 대체로” 같은 추상어 대신 “체온 39.2도로 정상 범위에 있습니다”처럼 객관적인 수치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보를 말하는 순서도 중요합니다. 현황 → 처치 내용 → 향후 계획 순으로 말하면 보호자는 구조화된 설명에 더 쉽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스킬은 입원 환축 상태 설명, 퇴원 시 복약 지도 등에서 특히 효과적입니다.
2. 감정 동조 스킬
보호자는 정보를 듣기 전에 감정을 먼저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아픈가요?”, “우리 아이 많이 힘들겠죠?” 같은 질문은 정보보다 감정의 표현입니다. 이때 정보로 곧바로 반응하면 소통이 어긋납니다. “아니요, 나쁘지 않습니다”처럼 말하는 대신 “충분히 걱정되실 수 있습니다. 현재 상태는 수의사 선생님이 잘 관리하고 계십니다”처럼 감정을 받아주고 정보를 붙이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감정을 완전히 동조하되, 불안이 과도할 경우에는 “그럴 수 있습니다”라는 말로 공감을 제한적으로 표현하는 기술도 필요합니다. 보호자는 자신의 감정이 병원에서 무시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을 때 신뢰를 형성합니다. 테크니션은 의학적 정보보다 심리적 안심을 먼저 제공하는 말버릇을 익혀야 합니다.
3. 보호자 말 되받기 스킬
보호자는 종종 본인의 불안을 말로 표현하지 않고, 상황 질문이나 반복적인 확인 요청으로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아직 밥 안 먹어요?”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보호자에게 단순히 “네, 아직 안 먹습니다”라고만 말하면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이때는 질문을 되받아 감정을 정리해주는 말이 효과적입니다. “식욕이 없다는 점이 많이 걱정되시는 것 같으세요. 조금만 더 지켜보며 강제 급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보호자는 자신의 마음이 병원에서 읽히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되받기 기술은 말을 길게 늘어놓기보다는 짧은 문장으로 감정을 요약해 주는 구조입니다. 이는 신뢰를 빠르게 회복하는 매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입니다.
4. 역할 한계 선 긋기 스킬
수의테크니션은 모든 정보를 보호자에게 직접 전달할 수 없습니다. 진단명, 예후, 치료 방향 등은 수의사의 권한이며, 이를 넘어서서 설명할 경우 오해나 의료 분쟁의 소지가 생깁니다. 이럴 때는 “해당 부분은 수의사 선생님이 직접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 저는 현재 상태나 진행 상황 위주로 전달드릴 수 있습니다”처럼 자신의 역할 범위를 명확히 말하는 표현이 필요합니다. 이런 말은 병원의 위계질서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보 전달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오히려 보호자는 이런 구분을 명확히 해주는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됩니다. 단, 역할 선을 긋더라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말투는 부드럽게 유지해야 합니다.
5. 침묵 활용 스킬
모든 대화가 말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설명 후 보호자가 침묵하거나 망설일 때, 테크니션이 조급하게 말로 채우면 오히려 정보 과잉이 발생합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 있으세요?”라고 묻고 3초 정도 침묵을 유지하면 보호자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고 질문을 이어갑니다. 또한 설명 중간에 보호자의 표정을 읽고 의도적으로 멈추는 침묵은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조용한 병원 분위기에서 무리한 말보다는, 필요할 때 말하고 기다릴 때는 기다리는 태도가 전문성을 높이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됩니다. 말보다 반응과 리듬으로 신뢰를 전달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의테크니션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친절이나 설명 능력을 넘어서는 구조적이고 전략적인 기술입니다. 보호자의 말에 감정을 먼저 읽고, 요점을 짧게 전달하며, 자신의 역할을 지키고, 침묵까지 활용할 수 있을 때, 테크니션은 단순한 실무자를 넘어 병원과 보호자 사이의 진정한 소통 창구로 자리 잡게 됩니다. 현장에서 마주치는 모든 보호자가 말투도 다르고 감정의 강도도 다르지만, 결국 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지금 내 아이가 안전한가요?”라는 질문에 진심 어린, 신뢰 가는 답변을 듣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 답변을 안정된 말투, 명확한 구조, 흔들리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 바로 그런 테크니션이 병원 내에서 가장 오래 신뢰받는 전문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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