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테크니션이 진료보조 중 보호자 질문에 대답하는 요령
수의테크니션의 “내가 대답해도 될까?”라는 망설임이 흔들림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진료실은 가장 바쁜 공간 중 하나입니다.
수의사는 진단과 처치를 주도하고, 수의테크니션은 그 곁에서 보정, 수액 준비, 검사 채취, 약 조제 등
보이지 않게 흐름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죠.
그런데 진료가 진행되는 도중 보호자가 테크니션에게 “이건 왜 하는 건가요?”, “지금 상태 많이 안 좋은가요?”라고 물을 때,
신입 수의테크니션이라면 마음속에 먼저 드는 생각은 이겁니다.
“내가 말해도 되나…?”
“괜히 말했다가 틀리면 어떡하지?”
“그냥 수의사한테 물어보시라고 해야 하나?”
이 망설임은 자연스럽지만, 실제로는 보호자에게 '자신 없어 보인다', 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이런 대화 속 한 마디가 병원 전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진료 중 자주 마주치는 보호자의 질문 유형을 5가지로 정리하고,
수의테크니션이 당황하지 않고 자신 있게 응답할 수 있도록 정확한 표현과 말하기 요령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이거 꼭 해야 하나요?” 검사나 처치에 대한 질문
◎ 상황 예시:
진료실에서 수의사가 "이 환축은 혈액검사 들어갈게요"라고 말한 뒤,
테크니션이 채혈 준비를 하자 보호자가 갑자기 묻습니다.
“꼭 지금 해야 하는 거예요? 애가 너무 무서워하잖아요.”
✅ 기본 응대:
“지금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혈액 수치를 보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셨어요.
불안한 모습 보여도 최대한 스트레스 없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 말하기 요령:
- 수의사의 판단이라는 의학적 권위를 기반으로 설명하세요.
-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주세요.
- “이거 그냥 기본 검사예요” 같은 말은 피해야 합니다. → 필요성을 약하게 보이게 합니다.
✅ 대안 문장 예시:
- “선생님께서 상태를 보고 지금 확인이 꼭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진행 후 변화 잘 지켜볼게요.”
- “걱정되시죠, 저희도 아이가 스트레스 덜 받도록 최대한 조심히 하겠습니다.”
2. “애가 너무 숨차 보이는데 괜찮은 건가요?” 상태에 대한 불안
◎ 상황 예시:
환축을 진료대에 올려놓고 청진 중인데, 보호자가 갑자기 숨소리를 듣고 긴장하며 묻습니다.
“지금 상태 위험한 거 아니에요? 이상해 보여요.”
✅ 기본 응대:
“긴장하거나 낯선 환경에 오면 일시적으로 호흡이 빨라질 수 있어요.
선생님께서 지금 청진 중이시니까, 필요한 부분 바로 설명드릴 거예요.”
✅ 말하기 요령:
- 감정 공감을 먼저 해주고,
- 현재 진행 중인 진료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설명은 요약형으로 말하세요.
- '위험한 것 같아요' 또는 '괜찮은 것 같아요' 등 추측성 단정은 금지입니다.
✅ 대안 문장 예시:
- “지금은 조금 예민한 상태 같아요. 선생님이 전체 상태 확인하시고 곧 설명드릴 거예요.”
- “걱정되실 수 있어요. 저희가 계속 상태 체크하면서 함께 보고 있어요.”
3. “약은 그냥 지금 주세요, 급해서 그래요” 기다림에 대한 압박
◎ 상황 예시:
진료가 끝나고 처방이 전산에 들어온 상태. 테크니션이 조제 준비 중인데,
보호자가 “얼른 주세요, 약은 그냥 주시면 되는 거잖아요”라고 불만을 보입니다.
✅ 기본 응대:
“복용 시간이나 용량에 따라 정확하게 나눠서 준비해드리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보호자님께서 투약하기 편하게 설명까지 도와드릴게요.”
✅ 말하기 요령:
- ‘그냥 주면 되는 약’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 준비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면 기다림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으므로
→ 왜 준비 시간이 필요한지를 짚어주세요.
✅ 대안 문장 예시:
- “아이 상태에 맞춰 약 복용 시간도 조절하고 있어서, 정확히 나눠드리기 위해 포장 중입니다.”
- “투약이 헷갈리지 않도록 보호자님께서 편하게 주실 수 있게 정리해서 드릴게요.”
4. “아까 들은 설명이랑 다른데요?” 기억 혼선과 불신
◎ 상황 예시:
과거에 동일한 증상으로 진료받았던 보호자가
이번에는 다른 처방이 나오자 “지난번엔 이 약 아니었는데요?”라고 묻습니다.
✅ 기본 응대:
“같은 증상처럼 보여도 시기나 상태에 따라 처방이 달라질 수 있어요.
오늘은 현재 체중과 컨디션에 맞춰서 선생님께서 처방 결정하셨어요.”
✅ 말하기 요령:
- 보호자가 ‘병원 설명이 오락가락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 상황의 차이로 인해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 대안 문장 예시:
- “지난번이랑 몸무게나 증상 정도가 달라서 선생님께서 조금 다르게 처방하신 것 같아요.”
- “조금 헷갈리실 수 있는데, 오늘 처방은 현재 상태 기준으로 맞춘 거라 안전하게 진행될 거예요.”
5. “수의사 선생님 바꿔주세요. 믿음이 안 가요” 감정적 불신
◎ 상황 예시:
처치 후 상태가 기대만큼 호전되지 않거나, 설명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경우
보호자가 테크니션에게 “선생님 바꿔주세요”, “다른 병원 갈게요”라고 강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 기본 응대:
“걱정되실 수 있는 상황이에요.
현재 상태는 선생님이 단계적으로 확인하면서 처치를 진행 중이세요.
원하시면 진료기록 정리해서 다른 선생님께 전달해 드릴 수도 있어요.”
✅ 말하기 요령:
- 방어하지 말고, 감정은 수용하면서 절차적 안내를 분명히 합니다.
- 보호자의 불만을 수의사에게 즉시 공유해야 하며,
→ 말 한마디도 병원 전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 대안 문장 예시:
- “말씀 주신 부분 잘 전달드릴게요. 보호자님께서 가장 안심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진료기록은 모두 전산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변경도 빠르게 연결해 드릴 수 있어요.”
대답은 내가 ‘얼마나 아는가’보다, ‘어떻게 설명하느냐’입니다
보호자의 질문에 완벽히 답변하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어떤 톤으로, 어떤 의도로 말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 수의사의 판단을 보호자가 잘 이해하도록 전달하는 것
그게 바로 수의테크니션의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역할입니다.
♥ 신입일수록 아래 원칙만 꼭 기억하세요:
- 모르면 솔직히 말하되, 책임 있게 연결하기
- 감정은 공감, 설명은 짧고 명확하게
- 의학적 판단은 수의사에게, 전달은 나에게
이렇게 대응하면, 보호자는 당신에게 ‘설명 잘해주는 선생님’이라는 인상을 갖게 되고
병원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함께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