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테크니션이 자주 듣는 보호자 오해와 대응
오해는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신뢰로 바꾸는 건 우리의 몫입니다.
수의테크니션은 보호자와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의료 인력입니다.
진료실 앞에서 환축을 인계받을 때, 약을 설명할 때, 수납대에서 보호자와 대화할 때 등 짧고 빈번한 순간들이 신뢰의 단초가 됩니다.
그러나 보호자의 감정 상태는 불안·초조·궁금함·죄책감·분노처럼 복합적이며, 이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특히 신입 수의테크니션은 “내가 설명해도 괜찮을까?”, “화내시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으로
자신감 없이 대답하거나 침묵하게 되고,
그런 모습이 오히려 보호자에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실제 병원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보호자 오해 5가지를 사례 기반으로 제시하고,
오해가 발생했을 때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전문성을 지키는 응대법을 제안합니다.
오해 1: “간호사예요? 수의사 아니면 설명하지 마세요.”
📍 상황 묘사
진료실에서 체온을 재고 귀세정을 도와드리던 테크니션 A는, 백신 종류를 안내하는 순간 보호자로부터
“선생님은 수의사세요? 그럼 설명은 수의사분이 해주세요.”라는 말을 듣습니다.
신입 A는 갑작스런 반응에 멈칫하게 되고, 수의사를 다시 부르기 위해 진료 흐름이 끊깁니다.
📍 대응 전략
“저는 수의테크니션으로, 수의사 선생님과 협업해서 환축 처치, 보조, 약물 준비와 보호자 설명을 맡고 있습니다.
백신 종류는 수의사가 직접 결정하셨고, 저는 안내 도와드리는 역할이에요.”
→ 전문성과 협업체계를 동시에 짚어줍니다.
📌 대화 포인트 요약
- 보호자 감정: “나는 불안한데, 설명하는 사람이 비전문가일까 봐 걱정”
- 응대 핵심: ‘수의사가 결정한 진료 계획’ + ‘테크니션은 협업자임’을 전달
- 후속 멘트 예시: “혹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바로 수의사 선생님께 연결해 드릴게요.”
오해 2: “약만 받는데 이렇게 오래 기다려요?”
📍 상황 묘사
진료가 끝난 후, 보호자가 수납대에서 대기 중일 때 테크니션이 조제 및 포장 작업을 하고 있음.
보호자가 “그냥 약 주세요, 3분이면 되는 거잖아요?”라고 항의하며 불만을 표시.
📍 대응 전략
“아이 체중과 상태에 따라 정확한 용량으로 나눠 포장하고 있어요.
복용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보호자분이 쉽게 기억하실 수 있도록 설명지와 함께 준비 중입니다.”
→ 기다림의 이유를 ‘정확성과 안전성’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 대화 포인트 요약
- 보호자 감정: “바쁜데 왜 이렇게 느리지?”
- 응대 핵심: ‘복잡성’과 ‘정확성’ 강조
- 후속 멘트 예시: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바로 설명 도와드릴게요. 약은 복용 편하게끔 정리해서 드릴 예정입니다.”
오해 3: “입원실에서 뭐 하는 건가요? 그냥 케이지에 놔두는 거 아닌가요?”
📍 상황 묘사
보호자가 입원 환축을 보러 오거나, 퇴원 시점에 회복이 느려 보이면 “병원에서 뭐 했나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함.
입원관리의 노고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단순 보관’이라는 오해가 생김.
📍 대응 전략
“아이 입원 중에는 2~3시간마다 TPR 체크하고, 수액과 약도 체중과 상태에 맞춰 조절하고 있어요.
변 상태나 식욕도 매일 기록해서 수의사 선생님께 전달드리고 있고요.”
→ 감시가 아닌 ‘치료 중심 루틴’ 임을 강조합니다.
📌 대화 포인트 요약
- 보호자 감정: “내 아이를 잘 돌봐줬는지 모르겠다”
- 응대 핵심: ‘실제로 한 행동’ + ‘기록 시스템’ 강조
- 후속 멘트 예시: “오늘까지 TPR도 안정적이었고, 식욕도 조금씩 돌아오는 중이어서 퇴원 결정된 거예요.”
오해 4: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상황 묘사
환축이 퇴원 후 피로하거나 식욕이 없을 경우, 보호자가 병원 측에서 뭔가 숨긴 것이 있지 않을까 의심.
특히 진료 후 정서적 반응이 크면 “이상해요, 집에서는 안 그랬는데요”라는 말이 잦아짐.
📍 대응 전략
“낯선 환경이나 처치 후에는 일시적으로 기운이 빠지거나 예민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현재는 회복 경과에 이상은 없고, 퇴원 후에는 차츰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될 겁니다.”
→ 의료적 설명 + 보호자 감정에 대한 공감 병행
📌 대화 포인트 요약
- 보호자 감정: “무언가 잘못됐는데 숨기고 있나?”
- 응대 핵심: ‘정상 반응임’을 의학적으로 설명 + 감정 공감
- 후속 멘트 예시: “혹시 집에서 식욕이나 행동 변화 있으시면 바로 연락 주세요.
저희도 퇴원 후 첫 24시간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오해 5: “선생님 바꿔주세요. 다른 병원 갈래요.”
📍 상황 묘사
진료 경과가 느릴 때, 보호자가 의사 또는 병원에 대한 신뢰를 잃고 테크니션에게 감정 폭발
“왜 안 나아요?”, “계속 여기 있어야 돼요?”, “다른 병원은 안 그런대요” 등의 말이 나올 수 있음
📍 대응 전략
“충분히 걱정되실 수 있는 상황이에요. 저희도 환축 상태가 조금 더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수의사 선생님께서 단계적으로 진료 경과를 체크하면서 신중히 접근하고 계십니다. 원하시면 주치의 변경도 전달드릴게요.”
→ 감정은 공감하고, 진료는 체계적으로 진행 중임을 알리기
📌 대화 포인트 요약
- 보호자 감정: “믿었는데 실망했다”
- 응대 핵심: ‘공감 → 사실 전달 → 대응 안 안내’의 3단계
- 후속 멘트 예시: “진료기록과 처방은 모두 전산으로 정리되어 있으니, 이관이나 상담도 도와드릴 수 있어요.”
“그냥 오해겠지”라고 넘기지 마세요.
오해는 ‘관계 단절’이 아닌 ‘신뢰 형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수의테크니션은 병원과 보호자 사이에서 가장 가까운 연결고리입니다.
작은 말 한마디, 작은 설명 하나가 병원에 대한 신뢰를 쌓기도, 깨뜨리기도 합니다.
오해가 생겼을 때 피하거나 버티기보다, 차분하고 근거 있는 설명 + 감정 공감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은 오히려 테크니션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기회가 됩니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테크니션의 언어는 보호자의 불안한 마음을 붙드는 의료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도구입니다.
훈련하고, 공유하고, 더 나은 응대를 준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