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테크니션의 하루 루틴 – 오전 진료부터 마무리까지
루틴은 있지만, 매일이 똑같지 않습니다
병원 실무를 처음 접하는 예비 수의테크니션은 “하루 일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병원은 매뉴얼만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날 내원한 환축 수, 보호자의 성향, 수의사의 진료 스타일,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에 따라 하루 일과는 예고 없이 바뀝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동물병원은 일정한 흐름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테크니션의 하루도 시간대별 루틴을 기반으로 반복됩니다.
특히 신입 테크니션은 이 기본 루틴을 이해해야 진료 흐름을 읽고, 실수를 줄이며,
보호자 응대나 마취 보조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1차 진료 병원 기준으로 테크니션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실제 케이스를 바탕으로 한 팁과 실수 포인트까지 함께 안내합니다.
24시 병원 또는 전문병원(재활·치과 등)과의 차이점도 마지막에 함께 비교합니다.
🕘 오전 08:30 ~ 09:00 : 출근과 동시에 시작되는 ‘세팅의 시간’
출근하자마자 시작되는 첫 업무는 말 그대로 하루를 ‘세팅’하는 것입니다.
청소, 소독, 수액 세팅, 전산 확인 등은 단순 반복처럼 보이지만, 이 시간을 얼마나 정확하게 준비했느냐에 따라 하루 전체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 주요 업무:
- 진료실·입원실·수술실 청소 및 소독
- 수액, 주사기, 처치기구 정리 및 약품 유효기한 확인
- 멸균기 작동 상태 점검
- 수술 기구 멸균팩 위치 확인
- 전산으로 예약 환축 확인, 입원 환축 상태 점검
🔹 실전 예시:
“오늘 10시 반 수술 예정이에요. 환축은 6.2kg 푸들이고, 수액은 하트만 180mL로 준비해 주세요.”
이 말이 들리는 순간, 신입 테크니션은 하트만 수액 세트를 준비하고, 드립 수 계산 후 라벨링,
마취기 잔량 체크까지 한 번에 해야 합니다.
🔹 신입 실수 포인트:
- 멸균 팩이 잘못된 날짜인 채로 그대로 두는 경우
- 수액 세트 연결 시 공기 제거(플러시)를 잊고 연결
- 보호자 예약사항(특이사항, 요청사항) 미확인
🕤 오전 09:00 ~ 12:30 : 본격적인 진료, 멀티 업무가 폭발하는 시간
병원의 아침은 보호자 내원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진료실 안에서 수의사를 보조하고,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약을 준비하고, 입원 환축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역할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 주요 업무:
- 보호자 접수 확인 후 환축 TPR 체크
- 진료보조(환축 고정, 수액 준비, 처치 준비)
- 보호자 응대 (간단한 설명, 질문 응답, 입원 안내 등)
- 약 포장 및 전산 입력 보조
- 입원 환축 TPR 체크 및 간호 진행
🔹 실전 예시:
- “얘 체온이 39.5℃니까 좀 체크해 보고 필요하면 해열제 넣자.” → 체온 재확인 후 해열제 투약 준비
- “백신 3종 + 외부기생충 동시에 맞고요. 보호자한테 주사 반응 설명 드려요.” → 주사 후 보호자에게 부작용 예방법 안내
🔹 감정·체력 흐름:
- 오전은 심리적 긴장감과 체력 소모가 동시에 큰 구간
- 특히 보호자와 수의사 사이에서 의사소통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신입은 말을 아끼기보다 정확하게, 짧고 부드럽게 전달하는 훈련이 중요
🔹 실수 포인트:
- 보호자에게 잘못된 설명을 하거나 의료적 질문에 임의로 답변하는 실수
- 전산 입력 누락 (처치 내역, 약물 입력, 입원 차트 미기재 등)
🕑 오후 13:00 ~ 16:00 : 수술 중심 or 입원 중심 시간대
점심 이후 병원은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뉘게 됩니다.
① 수술/마취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 또는
② 외래는 줄지만 입원 환축 케어가 집중되는 경우입니다.
수의테크니션은 이 시간대에 가장 집중력 있게 움직여야 합니다.
🔹 주요 업무:
- 수술 전 수액 세팅, 마취기 점검, 기구 세팅
- 마취보조 및 회복실 관리
- 입원 환축 간호: 수유, 수액 조절, 배변 정리, TPR
- 전산 차트 작성
- 수술 기록 정리 및 기구 멸균 세팅
🔹 실전 예시:
- “이소 3%로 유도하고, 체중 4.2kg이니까 주사량 확인하고 플러시 준비해 주세요.”
- → 이소 농도 세팅 → 마취 도중 산소포화도 모니터 연결 → 체온 보온패드 ON → 회복실 모니터링
🔹 실수 포인트:
- 마취기 잔량 확인 안 하고 시작
- 환축 TPR 미측정 후 회복 지연
- 회복 중 발열·발작 등 변화를 발견하지 못함
🕓 오후 16:00 ~ 18:30 : 진료 마무리 + 입원·정리 + 보호자 응대
오후 4시 이후에는 다시 진료가 몰리기 시작하며, 수의테크니션의 업무는 마무리와 동시에 ‘피날레 진료’로 이어집니다.
이 시점에서 피로도가 누적되기 쉬우므로 집중력 유지가 관건입니다.
🔹 주요 업무:
- 진료보조, 처치보조
- 입원 환축 정리 및 야간 수액 준비
- 전산 입력 체크
- 보호자 응대, 퇴원 준비
- 수술기구 세척, 멸균기 작동
- 진료실 청소, 마무리 체크리스트 작성
🔹 실전 예시:
- “얘 퇴원이에요. 수액은 다 뺐고, 약 3일 분 드릴게요. 보호자 설명 부탁드려요.”
- → 약 포장 + 약 복용법 요약지 첨부 + 보호자에 복약지도
🔹 실수 포인트:
- 수납 누락 (약품이나 처치 청구 빠짐)
- 멸균기 작동 안 하고 퇴근 → 다음날 수술기구 사용 불가
- 야간 수액 라벨링 안 함 → 당번 야간 스태프 혼선 발생
🏥 병원 유형별 루틴 차이점 비교
항 목 | 1차 병원 | 24시 종합병원 | 특화 진료병원(재활, 치과 등) |
환축 수 | 하루 20~30마리 내외 | 하루 100마리 이상 (응급 포함) | 하루 5~10마리, 반복 내원 중심 |
루틴 성격 | 진료 전반, 보호자 응대 중심 | 파트 고정, 마취·응급 중심 | 루틴 반복, 집중적 처치 중심 |
피로도 유형 | 멀티 업무로 인한 정신+체력 소모 | 교대근무, 응급 스트레스로 체력 고갈 | 반복+정신집중 피로 |
적합한 성향 | 다양한 업무를 배우고 싶은 사람 | 빠른 판단력, 위기 대응이 강한 사람 | 디테일에 강하고 조용한 환경 선호자 |
하루 루틴을 이해하면, 병원의 흐름이 보입니다
수의테크니션의 하루는 단순한 반복이 아닙니다.
하루 안에 진료, 보 감을 쌓아가며 성장하는 직업입니다.
하루 루틴을 미리 이해하고 대비한다면, 병원에 들어섰을 때의 긴장감은 줄고, 실력은 훨씬 빨리 올라갑니다.
이 글이 예비 테크니션 여러분에게 실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